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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로서의 건축가 : Architect as Chief Builder

건축학 교육의 현재

국내 대학의 5년제 건축학 프로그램 도입 후, 늘어난 학업기간에 비해 건축설계분야의 업무환경, 보수, 미래전망,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건축학과 입시 지원율이 감소하고, 전공학생들의 졸업 후 타 분야 취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의 원인이 건축산업분야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건축학 과정이 설계교육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설계능력이 건축가의 전부인 것 같이 학생들이 인식하게 하는 교육의 틀과 내용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스테판 에밋은 저서 ‘Architectural Management in Practice’에서 “건축실무에서 클라이언트는 건축가에게 그들의 관심사에 대한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원하지만, 건축교육에서는 ‘디자인’만을 앞세우는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언급하였다. 건축학 교육은 ‘’건축가’의 자질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여, 졸업 후 건축산업분야에서 건물의 설계자 뿐 아니라 건물의 기획자, 건축프로젝트의 운영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학생의 입장에서 현재의 건축학 5년제 프로그램의 설계중심교육을 받다 보면, 건축가로서 요구되는 다양한 자질을 간과하고, 설계능력(그것도 실무에서의 능력과는 다를 수 있는)에 의해서만 자신을 평가하고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에서는 4학년 건축실무와 5학년 건설경영과목을 통해 건축경영에 관련된 교육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 과목들의 첫 수업시간에 필자는 학생들에게 아래의 세가지 질문을 던진다.

1. 건축가는 프로페셔널인가? 건축가의 자질은 무엇인가?

2. 건축물이 계획되고 완성되기까지 프로세스를 설명하시오

3. 건축프로젝트의 참여조직은 어떻게 되나요?

지난 10여년동안의 강의에서 되풀이 되는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타 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측된다. 건축학 프로그램 교육을 4년 이상 받은 학생들이 건축가로서의 직업관이나 자부심이 없으며, 건물이 어떻게 기획되고 완성되는지 그 과정을 모르고 설계를 하고 있으며, 건축물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어떤 관련분야 전문가들과 일하게 되는지 모른다. 건축가는 단지 설계만 하는 직업으로 인식하고, 5년의 학업기간 동안 외부에서 실무를 하는 선배나 강사들로부터 ‘건축은 힘들다’ 는 부정적인 견해를 주로 접하면서 건축가로서의 자부심이나 자존감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없고 고학년이 될 때까지도 건물이 계획되고 구현되는 프로세스와 관련분야를 모른다는 것은, 졸업 후 진로 전략에 있어서도 근시안적 시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축학 교육에 있어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한 명확한 직업관과 자부심, 건축물의 기획부터 완성까지 건축가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체계화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건축가의 본질

건축가는대표적 프로페셔널이다

건축가는 ‘프로페셔널’의 본질적 조건을 가진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직업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나 정의는 국제적 표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은 없으나, 필자는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학자들의 정의를 토대로 아래의 5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프로페셔널을 정의한다.

l 직업을 통한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l 정형화된 교육트랙이 존재하여야 한다.

l 공식적 전문조직/제도가 있어야 한다.

l 한가지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안이 존재하고 그 중에 최선의 안을 제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l 전문지식을 토대로 클라이언트/공공에 대한 교육과 자문이 가능하여야 한다.

우리는 보통 특정한 일에 능숙한 사람이나 오랜 기간 한가지 일을 한 사람을 모두 ‘프로페셔널’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위의 5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프로페셔널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건축가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직일 뿐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전형적 프로페셔널’ 직업이다. 미래에 건축가란 직업을 가지게 될 학생들에게 ‘건축가’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


건축가는Chief Builder 이다.

건축가(Architect)는 라틴어로 ‘architectus’로 ‘arkhi: Chief’와 ‘tekton: Builder’의 합성어이며 영어로는 Chief Builder이다. 근대까지도 건축가는 건물의 기획, 설계, 시공, 관리뿐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모든 인공물이 작업의 대상이었고 업무영역이었다. 그러나 건축과 건설기술이 발달하고 건물시스템의 전문화와 다양화로 인해 건축가의 역할은 Chief Builder / Master Builder에서 단지 ‘Building Designer’의 역할로 영역이 축소되어 왔다. 건축가는 단지 설계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이 건물이 기획되고 완성되기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관장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축가에게는 설계능력뿐 아니라, 관리, 커뮤니케이션, 리더쉽 등, 경영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자신의 사무소 운영에 있어서는 조직, 마케팅, 전략, 파이낸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필요하다.


건축경영교육

건축경영(Architectural Management)이라는 용어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건축사무소의 운영과 건축프로젝트매니지먼트를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디자인경영이나 건설경영과 차별화된다. 표 1에서 보듯이, 디자인경영은 건축분야 외에도 제품, 시각, 등 일반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인 조직과 디자인 업무의 효율적 관리/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건설경영 (또는 건설관리)은 시공자(Constructor/Builder)나 건설관리자(CM: Construction Manager)의 입장에서 건설시공의 관리기술과 지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와 달리, 건축경영은 건축가의 입장에서 사무소의 운영과 건축물의 기획부터 시공까지 건축프로젝트 관리를 범위로 한다.





표1

건축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기획-설계-시공-사용의 단계를 거친다. 각각의 단계는 수 많은 파생 업무와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며, 건축가는 단계별로 다양한 외부참여집단과 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길고 복잡한 건축프로세스에서 건축가는 건물의 개념, 용도, 법규, 경제성, 품질, 기능, 사용자, 재료, 시공방법 등 다양한 측면의 요구사항을 하나의 도면으로 종합하여 표현한다. 건축가는 기획에서부터 사용에 이르는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전체 프로젝트의 중심점에 있는 전문가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건축가는 자신이 의도한 디자인 목표를 실현함과 동시에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설계 능력뿐 아니라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자와 기업의 경영자로서의 지식과 자질이 요구된다.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건축가의 실무트랙을 밟을 경우 경력이 늘어나고 직위가 높아질수록 실제 설계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보다 경영과 관리에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된다. 졸업 후, 신입사원으로 설계사무소에 입사하여 몇 년 간의 수련기간을 거쳐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설계팀의 팀장이나 임원, 혹은 설계사무소의 소장으로 직책이 변하면서 설계업무의 시간보다 팀(또는 사무소) 운영, 프로젝트관리, 클라이언트 관리, 협업 주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아지며, 마케팅, 리더쉽, 조직관리, 프로젝트 관리, 재무, 등의 역량이 설계역량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된다.



표 2

따라서, 건축경영교육에서는 디자인단계에 한정된 디자인 경영이나 전문건설관리자에게 필요한 공정관리, 품질관리, 건축공법, 등에 관련된 기술적 지식보다는 기획자, 전략가, 운영자, 중재자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건축가의 직업윤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마케팅, 협상, 등 경영과 인문적 교육이 필요하다.


건축경영교육의 방향

필자는 건축학전공의 건축경영과정의 교육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건축분야에 특화된 경영 교육전문가 발굴

2. 건축가의 직업윤리, 직업관, 인성개발과 경영자로서의 건축가 자질양성에 필요한 경영이론 수업 개발

3. 경영교육에 적합한 건축/건설 사례(Case Study) 개발

4. 현 5년제 건축학과정 안에서 경영관련 과목의 단계별 커리큘럼 구성


첫째, 현재 건축학전공과정의 건축실무 또는 경영관련 과목은 주로 건설관리 전공자나 건축설계 실무경험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건설관리 측면의 기술적 교육이나 실무경험에 의한 현장감 있는 교육내용도 중요하지만, 경영학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에 의한 조직, 전략, 마케팅, 협상, 커뮤니케이션, 재무 등의 체계적 경영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건축산업에 특화된 건축경영학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의 발굴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 직업관, 직업윤리를 심어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고, 건축산업에 특화된 경영이론 강의가 주제별/단계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영의 기초이론은 학생들이 향후 건축가로서 실무에서 겪게 될 어려운 상황과 문제에 대한 합리적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건축학 프로그램에서의 경영교육은 이론 교육과 더불어 일반적인 경영대학의 대표적 교육방식인 사례분석(Case Study)위주의 교육이 적합하다. 경영이론교육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사례를 위주로 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 앞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양한 간접경험을 하게 되고 이론적 지식을 실제상황에 적용하여 종합적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연구방식의 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건축/건설관련 사례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경우 교수들이 집필하는 경영의 산업별, 분야별, 주제별 사례가 매년 350여개이고 학생 1인당 2년간 평균 500여개의 사례를 접하게 된다. 물론 건축학전공에서 경영대학원 수준의 사례를 개발할 필요는 없으나, 국내 건축산업구조에 적합한 주제별 (예: Project Organization, Project Delivery Method, Conflict Resolution, Negotiation, etc) 사례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넷째, 저학년에서는 경영자로서의 인성개발, 직업관과 윤리, 경영 주제에 따른 이론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고학년에서는 사례를 위주로 한 응용과 활용 위주의 교육체계가 갖추어 져야 한다. 또한 설계스튜디오 주제나 다른 이론과목들과의 내용의 유기적 연계도 필요하다.


결론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는 공간디자인, 제품디자인, 미술가, 조각가, 발명가의 역할을 수행한 융합적 인재였다. 건축학 교육은 이미 디자인, 인문, 기술, 과학이 융합된 학문이다. 다만 우리가 너무 건물설계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즘 대학들의 구조조정으로 다른 전공들과의 통폐합이나 너무 현시대적 트랜드를 반영한 기이한 명칭의 전공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축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른 분야와의 융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융합되어 있는 교육내용을 진화시켜 건축가가 다시 Chief Builder의 위상을 가지게 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Abstract

The goal of architectural education is to prepare students to be architects, who are not only building designers, but also planners, advisors, managers, and builders. However, 5-year architectural education programs in Korea overly emphasize “design” education. The role of an architect not only requires design skills, but management skills such as administration, communication, leadership, etc. Also, managing an office would require systematic knowledge in organization, marketing, strategies, and finance, etc. Based on these aspects, architectural education should equip students with precise occupational views and abilities as managers and planners. Such architectural management program can be achieved by the following actions: First, Educators trained in Business administration applied to architecture must be cultivated. Second, an architect's vocational ethic, occupational view, and humanity development must be put into the contents of the education. Third, management cases related to architectural issues must be developed. Fourth, management education subjects must be systematically integrated into the current 5 years education curricul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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